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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작은 선택이 만든 큰 울림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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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용기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읽고 관람한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과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작품이 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영화는 어떻게 이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겨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꼭 책부터 읽을 것을 권해드립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그래도 책을 먼저 일독,

아니 이독 하신 후에 영화를 보시길요.

제가 따로 말씀 안 드려도, 책을 끝까지 읽고 나시면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시겠지만요.

 

 

작품 소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1985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섯 딸의 아버지이자 석탄 판매상인 빌 펄롱(Bill Furlong)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수녀원에서 학대받는 소녀를 발견하게 되고, 양심과 사회적 압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단 114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인간의 양심, 사회적 책임, 그리고 용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원작의 감동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빌 퍼롱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는 섬세한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멈춰 선 자의 용기: 살아남기와 정의 사이에서

펄롱은 매일을 생존하듯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그저 다섯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석탄 판매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멈춰 섭니다. 그리고 '작은 일'을 생각하기 시작하죠.

그의 아내 아일린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펄롱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그 아이였다면?" "그 애들이 우리 딸들이 아니라서 다행인 걸까?"

그의 이 멈춤은, '살아남기 위한 외면'과 '작은 정의'를 저울질하게 합니다. 삶은 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요구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잠시 멈춰 생각한다면,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작품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급박하게 살아가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펄롱은 그 흐름을 거스르고 멈춰 섭니다. 이 '멈춤'이 바로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입니다.

주제와 메시지

이 작품이 다루는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침묵의 대립: 빌 펄롱은 아일랜드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가톨릭 교회의 권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정의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2. 작은 행동의 큰 의미: 제목 그대로, 작품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어떻게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3. 역사적 트라우마: 막달레나 세탁소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아일랜드의 어두운 과거를 직면합니다.
  4. 이상과 현실의 괴리: 작가는 서문에 1916년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을 인용합니다. "국가는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았고, 펄롱은 그 틈에서 갈등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모두의 아이가 똑같이 소중하다는 말, 정말 믿는가?"

클레어 키건은 소설의 서문에 1916년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을 인용합니다. 이 선언문에는 "국가는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인 1985년 아일랜드의 현실은 이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막달레나 세탁소는 '타락한' 여성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와 교회가 하나가 되어 이 시스템을 유지했고, 마을 사람들은 침묵으로 이를 방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아동을 동등하게 소중히 여긴다'는 선언과 현실 사이의 극명한 대비입니다.

펄롱이 광 안에 갇힌 아이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동시에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이 순간이 바로 '멈춰 섬'의 결정적 순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용기

이 작품에서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부분은 빌 펄롱이라는 인물의 양심과 용기입니다. 그는 특별한 영웅이 아닙니다. 그저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하지만 불의를 목격했을 때, 그는 사회적 관습과 자신의 안전을 뛰어넘는 선택을 합니다.

결국 그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옵니다. 자신의 비겁함을 깨닫고,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간 자신'을 자각합니다. 이 소설의 감동은 바로 그런 작은 자각에서 비롯된 용기에 있습니다.

퍼롱의 이러한 모습은 저에게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처럼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사회적 압력과 개인적 안위를 무릅쓰고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발견했습니다. 거대한 역사적 비극 속에서 작은 용기를 보여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양심적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독서 모임에서 나눈 생각들: 펄롱의 망설임과 선택에 대하여

최근 이 책으로 독서 모임을 가졌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특히 펄롱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 참가자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얻었던 부분은 퍼롱이 수녀원에서 소녀를 발견했을 때의 내면 묘사였습니다. 그가 "그냥 모른 척하고 싶었다"는 솔직한 감정은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선택의 순간,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아마 대부분은 침묵했을 거예요."

펄롱이 바로 행동하지 않고 망설인 것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대부분은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개인적 희생이나 위험을 고려해 주저하기 마련입니다. 그의 망설임과 고뇌가 오히려 그의 최종 결정을 더 값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펄롱과 아일린: 두 가지 삶의 태도

독서 모임에서 흥미로운 관점으로 논의됐던 또 다른 주제는 펄롱과 그의 아내 아일린 사이의 대비였습니다. 아일린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가는 실용적인 인물로, 펄롱은 멈춰 서서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해석되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아일린처럼 사는 게 편할 수도 있는데, 결국 펄롱 같은 사람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펄롱의 멈춤은 흐름을 거슬러 자기 자신을 마주 보는 시간 같다"는 말을 했는데, 이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일린과 퍼롱은 우리 모두가 가진 두 가지 경향—안전한 일상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두 인물 모두 틀렸다고 할 수 없으며, 둘 사이의 긴장감이 이 소설에 깊이를 더합니다.

권력과 저항의 섬세한 표현

수녀원장과 퍼롱펄롱 사이의 대화, 특히 수녀원장의 차별적 발언에 대한 펄롱의 반응도 독서 모임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졌습니다. 그가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무기력한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녀원장이 "여자들이 왜 겁을 내는지 아느냐"고 묻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대사가 많은 참가자들에게 현실적이고 씁쓸하게 다가왔다는 의견이 있었고, 물리적 힘이 주는 위압감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이 장면에서 클레어 키건은 사회적 권력 구조와 그 안에서의 미묘한 힘의 역학관계를 훌륭하게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펄롱의 저항은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책 자체에 대한 인상

독서 모임에서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읽기 어렵진 않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서 자꾸 멈추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고, "읽고 나서 한참 지나야 와닿는 문장들 많아서 두 번은 읽어야 할 책 같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참가자들도 '이런 책은 좀 특별하네'라고 말할 정도로, 이 소설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클레어 키건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각 단어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 읽을수록 새로운 층위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의 생각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분량은 적지만 무게감 있는 주제를 놀라울 정도로 절제된 문체로 전달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존경심'이었습니다.  거창한 말이나 행동 없이, 그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이 평범한 인물의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런 소설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아일랜드의 겨울 풍경과 소도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원작의 무거운 주제를 시각적 언어로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을 찾고 계시다면,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이 작품의 깊이를 더 풍부하게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이런 선택의 순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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